마음 이야기
아침 8시,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. 통닭 냄새가 가득합니다. 누군가 아침에 통닭을 배달해 드신 것이겠지요. 엘리베이터에 함께 탄 아이는 "맛있겠다." 그럽니다. 통닭을 좋아해서 더 그런가 봅니다.
엘리베이터 문이 여러 차례 여닫아지면서 조금 시간이 지나면 이 통닭냄새도 없어지겠지요.
아마 또 다른 냄새를 안고 이 엘리베이터에 탔더라면 그 냄새가 상당 시간 이 안에 가득할 것입니다. 바로 그 사람이 머물고 간 자리에 그 사람이 남기고 간 냄새입니다.
그런데, 그 냄새라는 것이 코로 맡을 수 있는 냄새도 있지만, 눈으로 보고 느끼는 냄새도 있지요.
내가 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어떤 냄새가 남겨질까 하고 반성합니다.
수행을 치열하게 하지 못해서 수도인 냄새는 나지 않을 것입니다. 종교인의 옷을 입었고 그 옷의 분위기에 등치시키는 냄새까지?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. 우선 그 냄새가 나는 듯해보일지 모르겠으나 진리란 한치도 속일 수 없는 것이라, 금세 알아차리게 되어 있습니다.
진진한 냄새는 굳이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나게 되어있습니다. 억지로 드러낸 냄새는 오래가지 않습니다.
정산종사께서 말씀하시기를 "인조견은 결국 비단 행세를 못하나니, 외식(?飾)에 힘쓰지 말고 오직 실(實)을 기르라."고 하셨지요.<정산종사법어 근실편 9장>
비단 냄새 뿐만이 아닙니다. 공을 드러내려 하는 일도 그렇고, 남모르게 숨어서?한다고 하는 일도 그렇습니다. 결국엔 진실대로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.
제가 머물고 간 자리에는 굳이 나타내려 하지 않아도 냄새가 남아 있게 되어있습니다. 있는 그대로 말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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